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도서관 배포를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친일인명사전》 구입 거부 학교에 대해 ‘입장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추가적인 제재 조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14년 말 서울시의회의 의결에 의해 추진된 《친일인명사전》의 중‧고등학교 배포 사업을 일단락 짓고자 합니다. 《친일인명사전》 배포에 대한 일부 단체의 항의, 가처분 소송, 행정소송, 구입 학교 학교장에 대한 고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이 사전의 배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미 구입 비치한 학교를 제외하고 583개교에 예산을 내려보내 558개교가 집행을 완료했고, 4개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21개교가 아직 보류중입니다.

서울시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진행한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에 적극 호응해주시고 학생들이 직접 열람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 비치해주신 교장 선생님들과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책은 책이다”

저는 “책은 책이다”라는 생각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쓰인 책이나 진보적인 관점에서 쓰인 책이나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관점의 책들이 풍부하게 도서관에 비치되어야 하며, 그 장서들을 읽는 우리들의 시각 또한 어떤 관점으로도 획일화될 필요가 없이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위상에서 학습과 교수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은 세계 어느 곳에서 나온 책이든 다 수집하고자 했으며, 심지어 입항한 화물선에서조차 새로운 도서가 발견되면 정성껏 필사본을 만들어 비치했다고 합니다. 도서에 대한 이런 열정이 도서관의 기본 정신이자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구나 3.1절 97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학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 한 질을 구비하는 것이 이토록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안타깝기를 넘어서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친일인명사전》의 비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동주>와 <귀향> 등에 보여준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공분과 그때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다양성 존중

일제시대 및 해방 후 역사라고 하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현재적인 해석 싸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기억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럼에도 저는 ‘최소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일인명사전》의 배포를 진행하면서 우리 교육청은 이 예산이 목적예산이기 때문에 개별 학교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거부한 학교에 대해 거부 이유를 밝히도록 하고, 재차 구입하도록 요청한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서울시의회에서는 《친일인명사전》의 비치를 거부한 학교장의 의회 출석을 요청했습니다. 사립학교 교장단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이 사전의 비치를 명시적으로 거부한 학교장 4명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출석 요구까지 거부하는 양상으로 비화되었습니다.

학교는 지금 막 개학해서 신학기 초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무로 대단히 바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들 또한 《친일인명사전》이 아니더라도 신경 쓸 일이 매우 많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친일인명사전》 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 식의 공방을 하고, 출석 여부로 갈등을 빚는 것이 과연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갈등보다 대화를

이런 고민에서 저는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한 학교장 선생님들이나 사립학교 교장단의 요구를 수용하여, ‘입장의 다양성’의 관점에서 이 분들의 결정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목적사업비로 학교에 교부했기 때문에 집행하고 보고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이기는 하지만,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 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입장도 존중하고자 합니다. 목적사업비 집행을 거부했기 때문에 사유서 제출 정도는 요구하겠습니다만, 추가적인 요청이나 문책 등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의회에서 요청한 교장선생님들의 출석에 대해서도, 이러한 다양성 존중의 차원에서, 그리고 신학기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요청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평소에 우리 사회가 ‘수평적 다양성의 사회’로 가야하고 ‘수평적 다양성의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거부하신 교장 선생님들이나, 보류중인 분들과도 저는 계속 소통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오로지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고, 오로지 학교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진심이 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교에듀캠프교육복지신문사 박은정기자

감사합니다.